풍수기행/남도에 맛 기행

물소리 바람소리--날치알밥

화이트보스 2009. 2. 4. 13:59

[전라도 맛기행] 물소리 바람소리--날치알밥



일상에 지쳐 힘들고 머리가 복잡할 때 광주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무등산과 광주호를 떠올려 보리라.

어느 마음 울적한 날, 무작정 차를 몰고 무등산 기슭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달려보자. 차창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은 삶의 단비가 돼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기에 충분하리라.

광주호를 눈 앞에 두고 성산을 뒤로한 채 담양 가사문학관 옆에 들어앉은 ‘물소리 바람소리’는 이런 드라이브의 끝자락에 들를 만한 곳이다.

초가집 마냥 버섯지붕을 한 이곳에 도착하면 청아한 풍경소리가 먼저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군데군데 고드름이 맺힌 물레방아는 동심을 자극해 닭 울고 개 짖는 시골마을을 연상시킨다.

‘물소리 바람소리’는 원래 차(茶)가 전문이지만 버섯을 넣어 만든 요깃거리를 함께 메뉴에 올려놔 바람쐬일 겸 나왔다 들르기엔 아주 좋은 곳이다.

음식은 수제비, 버섯죽, 날치알밥 세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날치알밥’은 참 재미있는 먹을거리다. 밥알 만큼 듬뿍 얹어진 날치알과 밥을 함께 씹으면 입안에서 날치알이 톡톡 터지며 절로 미소를 자아낸다.

날치알밥은 사장 김요수씨(38)가 단골들의 조언으로 개발해 낸 영양식이다.

학생시절부터 산을 타기 좋아한 김씨가 몆 날씩 산에 묵기위해 개발한 간편 영양식을 이 곳을 자주 찾는 단골들에게 대접했다가 한 마디씩 거든 아이디어를 참고로 메뉴에 올린 것이 히트를 쳤다.

날치알밥은 버섯과 날치알이 조화로 만들어낸 일종의 돌솥 비빔밥으로 먼저 고소한 냄새가 코를 즐겁게 한다. 그 이유는 돌솥에 밥이 눓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가린을 듬뿍 넣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씨가 가을에 산에서 직접 따다 냉장고에 저장한 야생 송이버섯을 비롯, 팽이버섯, 표고버섯 등과 양파, 피망, 단무지 등 다져 넣는다.

그러나 손님의 입맛을 꽉 잡은 결정적인 재료는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신 김치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상 위에 놓여진 날치알밥은 고소함, 달콤함, 새콤함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묵은 김치, 갓김치, 깻잎 무침, 오징어젓 등과 함께 올려진 날치알밥은 인심좋은 김씨가 아무리 넉넉한 양을 해 올려도 손님 중 그 누구하나 남기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곁들여 나오는 장국 역시 성산의 맑은 계곡물에 버섯을 다듬고 남은 ‘꽁지’와 다시마로 육수를 우려낸 뒤 된장을 풀어 끓여 버섯의 그윽한 향이 느껴진다.

음식 맛이 입과 코를 즐겁게 한다면, 벽면 여지저기에 붙어있는 서예, 천정의 가장 높은 부분을 장식한 한지 갓을 쓴 전등, 80년대 통기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포크송, 저녁에 마련하는 라이브 공연 등은 귀와 눈을 심심하지 않게 한다.

가끔 주인 김씨가 준비하는 서비스 군것질거리 또한 이곳을 찾을 만한 이유. 지난 크리스마스때는 칠면조 파티를 벌였고, 동지때는 팥죽과 호박죽을 쑤어 손님들과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눴다.

지금 김씨가 준비하는 것은 물고구마 칩이다. 당근색을 띤 물 고구마를 삶아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 얇게 잘라 말린 뒤 저장하는 중이다. 아마 올 여름께 심심풀이 주전부리로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씨의 귀띔이다. 김씨가 직접 제작한 ‘물소리 바람소리’ 소식지 등 군데군데 가득한 이색 풍경들이 더욱 이곳에 애정이 가게 한다.

또 다른 먹거리로 김씨만의 간편 조리법에 버섯을 넣어 마무리한 버섯죽과 버섯 수제비도 준비돼 있다.

식사를 하면 자연의 향을 그대로 담아낸 차를 후식으로 마실 수 있다.

연락처를 두고오면 김씨가 직접 소식지를 보내주며, 단골이 되면 김씨가 써 보낸 엽서도 받아볼 수 있다.

날치알밥 1인분 1만2천원, 버섯죽 1만원, 수제비 8천원. (문의, 061-381-3340)

사진/기경범 기자 kgb@kjtimes.co.kr
글 /
홍선희 기자 sunny@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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