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토속주재발견] ⑦ 신안 인동주-강한 생명력으로 빚은 우리술
DJ 고향 신안 하의도 우씨가문‘대물림’토속주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인동평화주’출시‘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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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忍冬草)는 전국 각지의 산지 초입이나 들에서 자라는 덩굴식물. 겨울이면 잎의 대부분이 떨어지지만 어린 가지에 남은 잎은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푸르름으로 봄을 맞는다.
예로부터 겨울을 이겨내는 풀이라 하여 ‘인동초(忍冬草)’라 부른다. 이를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 강인한 생명의 상징으로 여긴다. ‘김대중 전 대통령’ 하면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옛 사람들은 인동이 겨울을 이겨내듯이 고난을 물리치기 위해 인동으로 인동주(忍冬酒)를 빚어 마셨을까.
인동주는 신안 하의도 우씨 집안에 전해오던 토속주. 이 술은 막걸리와 청주타입으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인동주 제조에 관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우정단씨(55·여)는 “하의도엔 인동초가 지천이다. 인동주는 친정(하의도 후광리)에서 대대로 전해오는 농주였다”면서 “어린 시절부터 친정 어머니(신하덕·80)가 술 빚던 모습을 어깨 너머로 보고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씨는 “인동초란 이름 그대로 모진 겨울추위에도 말라죽지 않고 이겨낸다”면서 “초여름에 각 마디에서 두 송이의 꽃을 피우는데 처음에는 꽃 색깔이 하얗다가 시간이 지나면 노랗게 변한다. 그래서 ‘금은화’라고도 부른다”고 소개한다.
그녀는 “당시 친정은 중선배(안강망급 고기잡이배)가 있었고, 농사일을 하는 인부들도 많아 많은 술을 담궜다”면서 “선친께서도 농주를 좋아했고, 뙤약볕에 무더위를 식히는 일등공신이 바로 인동주였다”고 설명했다. ‘해변산중’ 신안의 대표적인 농주로 하루 피로를 씻어주던 서민의 술인 셈이다.
집안에서 전해오던 인동주가 점차 세간에 화제가 된 것은 아무래도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다. 신안 하의도는 김 전 대통령의 고향. 대통령 당선후 주변의 권유로 개발에 착수, 목포 2호 광장 인근에 식당을 낸 후 인동주와 ‘삼합’(홍어+김치+돼지고기)을 팔기 시작했다. 초기엔 무허가에 밀주라며 고발되는 등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명맥을 이어가던 중 DJ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노벨평화상 등을 받을 때마다 인동주의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우씨는 노벨상 수상 당시 인동주 200말을 풀어 질펀한 잔칫상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기념, 청주타입의 인동주 이름도 아예 ‘인동 평화주’라 붙였다. 이후 일본 NHK,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을 통해 방영되고 신문, 잡지 등에 ‘대서특필’되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다.
물론 독특한 인동주 맛이 일품이다. 재료는 쌀과 누룩으로 발효하고, 인동초·감초·당귀 등을 첨가한다. 인동초 꽃 향이 좋다. 평화주는 청주 타입으로 뒷맛이 개운하다. 감초향도 느껴진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 우씨는 “밀가루 제조주와는 달리 쌀로 빚은 술이라 트림이 없다”면서 “술은 걸러 그냥 마시면 100% 머리가 아프지만 잠을 재우면(숙성시키면)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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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동주 막걸리, 인동주 평화주가 있다. 그녀는 ‘인동 막걸리는 동생, 평화주는 형님격이다’고 소개한다. 이는 맑은 청주는 위에 뜨고 막걸리는 아래 가라앉아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은 하의도가 아닌 목포 하당지구에 식당과 제조공장을 겸한 ‘인동주마을’을 냈다. 교통 등 지리적 여건이 어렵기 때문.
“앞으로 큰 욕심을 부리고 싶지 않겠다”는 우씨는 “막내아들(나동은·26)이 대를 있겠다고 한다. 그래서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트레이닝시키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취재 막바지, 한사코 사양에도 불구하고 ‘맛은 봐야 한다’며 우씨가 푸짐한 홍어삼합에 인동주가 차려냈다. 홍어 특유의 맛과 돼지고기, 묵은 김치가 어우러졌다. 인동주의 쌉쌀한 맛이 더욱 일품이다. 먹음직스런 게장딱지에 밥을 비벼 한 입 가득 채웠다. 홍어애국도 별미중의 별미다.
인동주의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에 우씨는 “그야 하의도 술이지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녀의 가슴속엔 인동주가 신안의 술로 자리잡고 있다.
/강승이 기자 pinetree@kjtimes.co.kr 신안/조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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