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토속주

명성높은 전통의 나주배‘퓨전와인’으로 재탄생

화이트보스 2009. 2. 12. 15:20

[전라도토속주재발견] 명성높은 전통의 나주배‘퓨전와인’으로 재탄생

[전라도토속주재발견]⑥ 봉황농협 ‘나주배술’
배 특유의 순한 맛·향…한국전통식품‘그랑프리’
냉랭한 시장반응 고전…‘상이오디주’로 도약 기반


 




와인이나 고가 위스키, 코냑이 주름잡는 해외 술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리 술. 전통술도 명품이 많다.

입안 가득 우러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 나주 봉황농협 배술가공사업소에서 생산되는 배술 가운데 배로와인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퓨전와인’이다. 명성높은 나주 배가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한 와인으로 거듭난 셈이다.

배로와인의 ‘생년월일’은 1996년 1월 20일. 당시 국내 와인 브랜드 ‘마주앙’에 지역 특산물인 나주 배를 원재료로 하는 국내 최초의 순수 배 와인, 배로와인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와인의 불모지인 국내에서 지난 77년 생산에 들어간 마주앙은 포도 와인. 그렇지만 배로와인은 배 특유의 순한 맛과 향기가 넘친다. 배 특유의 향과 함께 고기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이다.

지난 94년 나주일대 18개 농협 가운데 배 주산지를 끼고 있는 12개 농협은 공동으로 배술가공사업소를 출범시켰다. 당시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과잉 생산된 배를 활용,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배는 과당, 자당, 사과산, 주석산, 구연산 등의 유기산과 비타민 B, C 등이 함유되어 있으면서 달고 수분이 많은 한국을 대표하는 과일. 식후에 먹으면 산뜻하고 배가 함유하고 있는 효소가 소화를 돕는 점에 착안했다. 동의보감에도 ‘배는 성인병을 예방하고 비만증에 좋으며 기침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었다. 옛날에는 약이 귀하던 시절 아이가 볼거리를 앓으면 할머니가 커다란 배를 조그만 화로에 구워줬다는 얘기도 전한다.

이같은 배의 효능에 착안, 지난 95년 동신대 등에서 연구개발에 성공한 배술의 상업화에 나선 것. 사업소는 720평에 32억원을 투입, 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처음 개발·출시한 술은 과실주인 배로와인과 리큐르주인 이로(梨露), 그리고 배로황주. 와인은 알코올도수 14%, 이로는 25%, 황주는 40%도 급이다. 즉, 배로와인은 와인타입, 이로는 소주타입, 황주는 양주타입이다. 당시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대개 12~16도였다. 사업소측은 보관 및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알코올도수 14도급의 배로와인을 출시했다.

이후 2001년 11월 농림부 주관 한국전통가공식품 ‘베스트 5’ 선발대회에서 ‘로얄킹(배로황주)’이 금상, 나주배술이 동상을 차지했다. 전국의 유명 민속주를 제치고 나주배술의 진가를 한껏 발휘, 명품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황토질의 토양과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된 최고품질의 나주배 100%를 순수한 원료로 사용, 전통적인 비법으로 빚어 충분히 숙성시켜 숙취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처럼 술에 대한 호평은 쏟아졌지만 정작 시장 분위기는 냉랭해 시장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술가공사업소 정고 공장장(62)은 “사실 한국인의 대표술은 소주다. 소주맛에 길들여진 터라 술은 원래 달콤하면 안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배로와인도 그래서 일반 과일주 맛처럼 단 맛을 줄였는데 호평을 받으면서도 시장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말했다.

정 공장장은 “인삼주나 사과주가 얼마나 좋으냐. 그렇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더라”면서 “흔한 과일이나 약재 등으로 만든 술은 안되더라”는 것이다. 그는 배는 대개 ‘후식’ 등의 생식용으로 생각하지 가공한 ‘술’로는 인식시키기 어렵더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나마 배로황주는 정부의 주세조정 직격탄에 세금이 크게 올라 가격이 내린 수입 양주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욕적으로 참여했던 12개 농협들도 시설투자 등의 과정에서 96년 10월께 대부분 발을 빼 현재는 봉황농협이 단독 운영중이다.

사업소측은 새로운 활로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인 ‘상이 오디주’(할인점 판매 브랜드는 ‘상황 오디주’)는 사업소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이 오디주는 뽕 열매인 오디와 상황버섯(진흙버섯), 배를 원료로 만든 기능성 과실주. ‘상이 오디주’는 소비자들의 호평 속에 사업소 매출비중의 70%까지 치솟는 등 나주배술의 주력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배술이 화려하게 재기하는 순간이다. 상이 오디주의 선전으로 지난해 10억원(세금제외)을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또 해마다 15%대 신장률을 기대한다. 올해는 15억, 2006년께 17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일, 살을 에는 혹한에도 불구하고 공장에는 배술 출하 및 배송에 분주했다. 지역 대표 민속주의 브랜드 경쟁력과 유통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상이 오디주는 성공 예감을 더하고 있다.

/강승이 - 나주 김경민 기자pinetree@kjtimes.co.kr



관리자 기자 mono@kjtimes.co.kr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