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경의선 열차 운행과 개성관광이 중단됐다. 북한군은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는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지난달 12일 전화 통지문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과 개성관광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로 남북을 오가던 경의선 열차도 지난달 28일을 마지막으로 운행이 중단됐다.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이상 운행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12월 11일 재개통, 남북 철도시대를 다시 열었던 경의선 철도는 1년 만에 또다시 멈춰 선 것이다. 경의선 철도는 남한의 문산역과 북한의 봉동역 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차례 왕복 운행하면서 초기에는 개성공단의 생산물자와 원자재를 실어 날랐다.
그러나 경의선 열차는 남북 경제협력이 확대되지 못하고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물자수송을 철도보다는 트럭을 선호하면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대부분 빈 차로 운행해 왔다. 남북 철도의 연결이라는 상징성만 있었던 셈이다.한편 현대아산은 북한 측이 12월 1일부터 개성지역 관광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지난달 28일까지만 개성관광을 실시했다.
2008년 7월 11일 관광객이 북한군 초병에게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데 이어 개성관광마저 중단된 것이다. 지금까지 개성지역 관광객은 하루 평균 370명, 월 평균 1만 명을 기록했으며 외국인도 2600명이나 됐다.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개성관광에서 관광객은 1인당 점심 식사비를 포함해 100달러를 북한에 지불했다.
북한은 올 상반기에만 개성관광으로 65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관광 안내원 몇 명만으로 특정지역을 개방해 벌어들인 액수치고는 엄청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개성관광은 유서 깊은 문화유적을 하루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누렸다. 송도삼절의 하나인 박연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폭포로 유명하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 선생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선죽교, 고려청자와 금속활자 등 고려시대의 대표 유물을 전시해 놓은 고려박물관, 왕건왕릉과 공민왕릉, 영통사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지난 4월부터는 개성공단 행사와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단 입주 회사와 투자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한 군부가 개성관광을 중단함에 따라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칠보산·백두산·평양까지 관광지를 확충하려던 현대아산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북한이 열차 운행과 개성관광을 중단한 직접적인 이유는 대북 전단 살포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최근 북한 사회에 대한 통제강화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당 행정부장에 장성택을 임명했고, 장성택은 그동안 전 사회적으로 사상통제와 강화를 통한 체제 단속에 주력했다. 예외가 있었다면 남측 인원과 접촉하는 관광 관련 종사자와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에 의해 남한의 실상이 조금씩 전파되면서 이를 차단하고 통제할 필요성을 느꼈을 터이고, 대북 전단 살포가 좋은 빌미가 된 것이다. 대북 전단 살포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북한은 다른 핑계로 육로 통행 제한·차단 조치를 내렸을 것이다. 체제 위기를 감춰야만 하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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