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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김정일 생일(2월 16일)

화이트보스 2009. 4. 24. 20:02

<54>김정일 생일(2월 16일)
김일성 생일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 규정

북한의 명절은 크게 국가적 명절·국제경축일 그리고 민속명절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김일성(4월 15일)·김정일 생일(2월 16일)은 국가적 명절로 명절 중에서도 한 차원 높게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부른다.김정일 생일은 그의 나이 33세인 1975년에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명절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으며, 76년 ‘국가적 명절’로 정했다. 그리고 김일성이 사망한 다음해인 95년에 ‘민족최대의 명절’로 규정했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은 다른 명절과는 달리 다채로운 행사뿐만 아니라 특별한 배급품들을 공급한다. 가난한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특별배급품 때문에 기다려지는 명절이기도 하다. 생일날을 전후해 신문·방송 등 전 언론매체는 여러 나라에서 생일 축하 편지와 꽃바구니를 보내 왔다는 소식을 매일 전한다. 또 온 세계가 김정일 생일을 축하하는 것처럼 선전한다.

이날에는 기상이변이나 장엄한 해돋이 등 신비한 자연현상이 일어나 수령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미신 같은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는다.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국방위원회·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내각은 김정일에 대한 공동명의의 축하문을 보내고 전체 주민의 충성을 독려하면서 김정일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과 체제옹호·고수 다짐이 이어진다.

군에서도 생일을 축하하는 보고와 결의대회가 북한군 육·해·공군 각 부대에서 일제히 ‘수령 결사옹위’를 다짐하며 진행된다.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는 수만 명의 청년 학생이 참가하는 대규모 경축무도회가 개최되고, 소위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백두산 밀영에서는 주민·군 장병·학생들이 참여하는 결의대회가 이어진다.

이 외에도 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 혁명전적지·사적지 답사 행군, 김정일화 축전, 국가미술·사진 전람회, 중앙·지방기관의 예술소조공연, 해외동포들을 위한 공연 등이 열린다. 김정일화(花)는 일본의 원예학자 가모 모도데루가 선물했다는 베고니아과 다년생 식물로 88년 김정일의 46회 생일 때 처음 선보였으며, 북한에서는 ‘불멸의 꽃’으로 불리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생일의 경우 가구별로 술과 맥주·돼지고기·과자·식용유·설탕·계란 등을 비롯해 10여 가지 식료품과 생활필수품들을 신분에 따라 구분, 공급한다. 또 평소 시간제로 공급하던 전기를 김정일 생일의 이틀 연휴 동안에는 각 가정에 24시간 공급한다.

옥류관을 비롯한 평양면옥·칠골민속관·창광음식점 거리 등 평양시내 유명 음식점들은 명절 기간 동안 명절음식 특별공급기관으로 정해 갖가지 음식을 싼 가격으로 서비스한다. 그리고 명절 때 빼놓을 수 없는 막걸리와 평양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동강 맥주집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공급해 판매한다. 평양을 비롯한 주요 거리에는 축등과 경축 깃발 그리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건강을 삼가 축원’하는 선전판이 내걸린다.

아버지와 아들이 정권 수립 이후 60년간 대를 이어 국가의 최고 권력을 장악하고, 그것이 자랑스럽다고 부자(父子)의 생일을 ‘민족최대의 국경일’로 기념하는 나라! 2300만 북한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들을 떠받들고 살면서, 수령이 어쩌다 인심 쓰듯 베푸는 배급품을 ‘은총’이라 감읍하며 사는 풍경이 이 땅의 북쪽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