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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병영생활(노동당 입당과 대학입학 추천권)

화이트보스 2009. 4. 24. 20:05

<52>병영생활(노동당 입당과 대학입학 추천권)
군 복무 5년 전후 추천권 치열한 경쟁

북한군은 휴가나 면회가 거의 없는 병영에서 내무생활 일과표에 따라 장기간의 힘든 군대생활을 한다. 남자들만의 오랜 공동체 생활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전사(이등병) 또는 초급병사(일등병)들에게 자대생활은 더욱 고달프다. 훈련과 교육·작업 등 반복되는 일과뿐만 아니라 소대 내 대부분의 궂은일들은 3년차 미만의 병사들 몫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매일 한솥밥을 먹고 동고동락하며 몇 년을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가족이나 형제 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 어쩌면 이런 유대관계가 10년간의 군 복무를 견디게 하는 하나의 동기일지도 모른다. 병사들의 병영생활은 때로는 상하 복종의 관계보다 동향이나 동기·동갑내기 등 대인관계에 더 비중을 둠으로써 가끔은 지역 감정이나 파벌이 조장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성향들은 장기복무로 인한 불만 해소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타 지역 출신들을 배척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북한군은 입대 후 1년 정도 지나면 취사당번을 하는데, 식사는 하루 단위로 부대원들이 교대로 준비한다. 중대 단위로 취식하는 부대는 서너 명이 중대급 인원(100명 내외)의 급식을 담당한다. 한번 취사당번으로 선발되면 24시간 세끼 식사를 책임져야 하며 매일 당번이 바뀐다.

대대급 이상 부대는 고정적으로 취사병이 보직돼 있다.북한 군인들이 자대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려면 최소한 3∼4년이 지나야 된다고 한다. 상급병사(병장)나 하사가 되면 신병 시절에 힘들게 배웠던 철봉·평행봉의 6단계 동작이나 전회(회전동작)도 능숙하게 할 줄 알게 된다. 그리고 새로 전입 온 신병들과 훈련 능력이 부족한 초급병사들의 병영생활 지도나 후견인 역할도 이들이 주로 담당한다.

북한군 병사들은 군 복무 5년차를 전후해 가장 기대하고 고민하는 것이 노동당 입당과 대학입학 추천권 확보라고 한다. 개인에 따라서는 복무기간 동안 당성과 충성심을 인정받아 군관(장교)이 되려는 경우도 있다. 특수부대는 군 복무 기간 중에 입당이나 대학입학 추천을 받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일반 부대원들(보병과 포병·공병부대 등)에게는 그야말로 인생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 당원의 수보다 질을 높인다는 이유로 군에 할당된 당원 배정을 대폭 축소해 일반 부대원 중 40% 정도가 입당을 못하고 제대한다. 대학입학도 전연(전방) 보병사단에 해마다 일정수(약 60명 내외)의 인원이 배정되나 소위 북한의 일류급 대학 배정은 거의 없다.

사단 정치부의 고위 간부나 대열(인사)참모의 개인 능력에 따라 군단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김형직사범대학과 같은 일류대학에 겨우 한두 명 배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배정된다 해도 그런 대학에 추천받으려면 상당한 배경이 있거나 뇌물을 써야 가능하다. 이 외의 대학으로 가는 인원은 거의 2년제 농업·수산·공업대학이나 3년제 단과대학 등 연고지의 지방대학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동절기 북한군 병사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겨울철 난방을 위한 화목작업이다. 병실(내무실) 난방을 위해 나무를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군관들의 사택(관사) 월동용 화목도 확보해야 한다. 자대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군 복무 4∼6년차 시기는 후임병 지도와 교육훈련·병영의 궂은일·고된 작업 등 과중한 업무로 군생활에 대한 불만과 회의가 많을 때이기도 하다.

<윤규식 정치학박사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

200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