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자 유엔안보리는 만장일치로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미국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확대로 공해상에서의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우방으로 믿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찬성하고, 한국과 호주·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제재에 동참하자 북한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직면하면서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했다.
북한 군부는 한반도 정세 긴장을 이유로 2006년 12월 1일부터 10년 내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시행했다.그러나 2007년 2·13합의에 의해 북한 핵 불능화를 위한 대략적인 로드맵이 작성됐고, 10월 3일에는 6자회담에서 북한의 단계별 핵 불능화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북핵 해결의 평화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노무현 대통령 방북에 의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으며, 예상대로 정상회담은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북한이 2007년 12월 말까지 조치키로 했던 핵 불능화 1단계를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은 중유 제공 등 관련국들의 대북 경제지원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이 정말로 핵을 폐기할 것인가에 또다시 강한 의문을 갖게 됐다. 이러한 시기에 북한은 2008년 1월 1일 한 해의 정책방향과 주요 사업계획을 대내외에 제시하는 공식문건인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했다.
올해 북한의 공동사설(군사분야)은 핵문제와 신정부에 대한 언급은 생략됐고, 대남 군사부문에 대한 인식은 예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북한이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미 연합연습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주적개념 삭제 등을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한 것은 대미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군에 대해서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면서, 혁명적 군인정신을 전 인민에게 확산시키는 ‘사회의 병영화’를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온 사회에 군사 중시 기풍을 철저히 세우고, 군인들을 “주체 전법에 투철한 싸움꾼으로 준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노농적위대·붉은청년근위대를 비롯한 예비전력을 더욱 강화해 전국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상시 전투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북한의 공동사설을 분석하면, 올해에도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발전된 남북군사회담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경제협력과 대북 지원을 위한 군사보장회담에는 적극적이다.
그러나 한반도 군사신뢰 구축 문제는 북미 양자회담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에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군사회담에는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이 군사신뢰 구축을 위한 군사회담 개최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합의가 어려운 서해 해상분계선 재설정 문제를 제기해 회담을 공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군사력 증강 면에서는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해외 무기 도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무기체계 개량 및 노후장비 교체, 대량살상무기 중심의 비대칭 전력 증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훈련은 연례 정기훈련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시하면서, ‘수령결사옹위’를 위한 정치사상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2008.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