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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북한군 사관장

화이트보스 2009. 4. 24. 20:05

<51>북한군 사관장
병사와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통제

북한군 사관장은 중대행정보급관에 해당하는 직책으로, 계급은 특무상사(우리의 원사)다. 우리의 행정보급관과 다른 것은 병사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다. 사관장은 하전사들(하사관과 병사)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하달하며, 군관(장교)들이 지휘하는 교육훈련과 일과 내 작업시간을 제외한 일과를 통제한다.

사관장은 병력관리를 비롯해 군관·하전사들의 양식·피복공급, 각종 근무편성과 무기의 보관·관리, 기록문건의 유지·보관, 중대 건물과 취사장을 관리하고, 과외 작업과 잡무 등 중대 실무를 총괄하는 실질적인 살림꾼이다. 또 병사들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병사의 어머니라 불리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중대원들의 기강과 군율을 바로잡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사관장은 일조점호 후 아침식사 바로 전에 복장·이발·위생과 건강상태 그리고 개인관물 정리정돈 상태 등을 점검한다. 또 저녁시간에는 인원·무기 등에 대한 실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아침·저녁 점검시 한 사람이라도 지적받으면 벌은 단체로 받는다.중대장을 비롯한 군관들은 일과시간 이외에는 퇴근해 병사들과의 접촉이 없지만 사관장의 경우 내무생활을 함께하기 때문에 병사들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의 과외 일과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은 전적으로 사관장의 능력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중대장이나 중대 정치지도원을 비롯한 군관들은 항상 사관장과 협력관계에 있다. 사관장 선발은 입담이 좋고 주먹이 센 하(부)사관들 중에서 리더십을 갖춘 자를 뽑는다. 통상 사관장은 노동당 입당은 물론 대학 추천권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군관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중대 군관들과의 관계에서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기 때문에 군관들이 자기 영역을 침범하거나 불필요하게 간섭하면 마찰이 일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군관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관장이 있는 부대의 경우 불협화음으로 병사들만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중대단위 독립부대가 많은 북한군에서 사관장은 군관 가족들의 식량·부식까지 공급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전방부대의 경우 관사(사택)의 일 년치 월동용 화목이나 식량도 사관장이 군인가족들에게 직접 배급하기 때문에 군관들이 사관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병사들에게는 소대장이나 중대장보다 사관장을 잘 만나야 군생활이 편하다. 심술궂은 사관장을 만나면 수시로 비상훈련은 물론 일과 이후 잦은 작업으로 과외시간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

중대와 독립소대 기준으로 간부들은 매일 저녁 6시부터 사업총화를 진행한다. 이때 중대 내의 전 군관과 사관장이 참가한다. 총화에서는 그날의 훈련 및 병영생활에 대한 평가를 하고 다음날 일과를 미리 지시하고 준비한다. 사관장은 중대 병사들의 하루 일과 집행과 발생한 모든 사건·사고 및 급식·침식에 관한 내용들을 중대장에게 보고한다. 또 토요일에는 세탁과 청소, 일요일은 체육경기·영화관람 등을 준비하고 집행하는 것도 사관장의 몫이다.

중대급 부대에 있어 사관장은 실질적인 부대 운영자이면서 조력자다. 사관장이 업무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군관들이 내무생활 등 과외활동에 개입하게 되고, 병사들의 군대생활은 그만큼 더 고단 할 수밖에 없다.

<윤규식 정치학박사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

2008.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