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話 溫故知新 (28)박정희의 1·21 `보복작전' 지시 | |
이재전 예·육군중장·前 전쟁기념사업회장·現 한자교육진흥회장 1·21사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터진 푸에블로호 나포(拿捕) 사건으로 동해상을 비롯, 한반도의 155마일 전선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 핵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는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1월23일 세 척의 구축함을 거느리고 원산항으로 위협출동에 나섰다. 27일에는 항모 요크타운호와 구축함, 그리고 잠수함 6척으로 편성된 새 기동함대가 무력시위에 가세했다. 찰스 H 본스틸 주한 유엔군사령관은 26일 한국군·미군에 `데프콘 2'에 돌입하도록 명령했다. 만약 푸에블로호와 승무원 송환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미국이 원산만 폭격·북한 선박 나포·북한 항구 봉쇄 같은 제한적 군사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1·21사태 이후 휴전선 일대는 이미 초긴장 상태에 놓여 있었고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은 겉으로는 최대의 군사적 압력을 가해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듯 보였지만 물밑으로는 북한의 종주국인 소련과 중립국 등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31일 북한 노동당 김광협 서기가 평양방송을 통해 “푸에블로호 문제를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제의를 해왔다. 미국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판문점을 통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런 사태가 전개될 것을 우려해 ▲어떠한 국제적 교섭에 있어서도 1·21 무장공비 사건과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을 분리해서 다루지 말 것 ▲이 두 사건을 같은 비중으로 취급할 것 ▲한국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이 직접 북한과 협상하지 말 것을 역설했다. 미·북 간 협상은 우리의 주장을 도외시한 채 전개됐다. 이로써 `동해상의 시위'는 막을 내렸고 미국은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비밀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그러자 사건 발생 직후 나돌던 푸에블로호 승무원과 김신조(金新朝)의 교환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초청설 등에 이어 미측이 “푸에블로호 승무원의 생명에 대한 보상금을 북한에 지불키로 했다”는 풍문이 꼬리를 물었다. 한국을 빼놓은 채 판문점에서 마주 앉은 미국·북한의 비밀접촉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그것은 곧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바뀌었다. 수도 한복판까지 특수부대원을 침투시켜 청와대를 습격한 1·21사태 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다가 자국의 첩보함이 나포되자 온갖 야단법석을 떤 미국의 이중적 태도는 우리 국민의 분통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1·21 청와대 습격사건의 대상인 박정희 대통령의 분노와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박대통령의 처지에서는 자신의 `멱'을 따러 온 데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푸에블로호 피랍 때는 항공모함까지 동원한 미국의 처사에 충격을 받을 만했다. 그래서 당시의 비화를 하나 소개하면, 실은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한 박대통령의 분노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뻔했던 것이다. 미·북 간의 지리한 송환협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서종철(徐鐘喆)1군사령관(육사1기·대장 예편)이 내게 “큰일 났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각군 총장회의에서 박대통령이 평양 폭격 등 군사보복작전을 강구해 보라는 지시를 하는 바람에 보복작전이 추진되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나는 1군 참모회의에서 “전쟁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보복은 만용일 뿐”이라며 사령관께서 어떻게 해서든 박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서종철 1군사령관의 설득과 야전군의 반대로 보복작전 추진은 흐지부지됐지만 자칫 대통령의 즉흥적 지시와 무모함이 한반도에 다시 전쟁을 불러올 뻔했던 것이다. 2003.05.12 정리:김당오마이뉴스기자 dangkim@empa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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