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話 溫故知新<61>내가 겪은 6·25 (4) | |
내가 인민군 탱크를 처음 본 것은 창동 전투에서다. 전쟁 발발 당시 김병휘(金炳徽·군영·소장 예편)중령이 지휘하는 제2사단 25연대 소속 소대장이었던 나는 육군본부의 출동명령을 받아 6월26일 오후 충남 온양에서 의정부 전선에 투입돼 7사단을 증원해 서울 창동에서 부대 전개 중 처음 인민군 탱크를 목격했다. 물론 전쟁 전에도 인민군 탱크가 출몰한 적은 있다. 당시 연대 단위에는 미 군사고문관이 1∼2명 있었는데 나는 개성 송악산에 인민군 탱크가 출몰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고문관에게 “왜 우리한테는 탱크를 안 주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내 짧은 영어실력으로 들은 고문관의 답변은 “한국은 ‘탱크 컨트리’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탱크 컨트리’가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병학교에 가서 그 의미를 알았다. 고문관 얘기는 한국은 유럽과 달리 평원이 아닌 산악과 논이 많아 전차를 운용하기에 부적합한 지역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탱크를 앞세운 인민군의 남침공격은 허를 찌른 전술이었다. 이미 의정부에 적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창동에서 부대를 전개하던 중 하늘에서 뭔가 하얀 뭉치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정찰비행 중 적 탱크를 발견한 아군 조종사가 타고 있던 훈련기(당시 공군에는 단 한 대의 전투기도 없었고 훈련기만 있었음)에서 떨어뜨린 손수건이었다. 그 안에는 주머니칼과 함께 급히 써넣은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약도는 의정부 호원검문소 다리 근처에 나타난 탱크 2대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 손수건은 공군 조종사가 지상군 지휘관에게 보낸 일종의 비상통신문이었다. 나는 즉시 유재흥(劉載興·군영·중장 예편)7사단장과 김종갑(金鍾甲·군영·중장 예편)참모장이 임시지휘소를 차린 창동지서로 가서 통신문을 전달했다. 그 자리에서 김종갑 대령이 상급부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들었는데 “전방에 탱크가 있는데 이것을 때려 부술 무기가 없다. 박격포탄 같은 것을 비행기에 싣고 올라가 공중에서 떨어뜨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한심한 일이지만 아군은 대전차 무기 하나 없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에서 6·25전쟁을 맞은 것이다. 조금 있으니 채병덕(蔡秉德)총참모장이 송요찬(宋堯讚·군영·중장 예편)헌병사령관을 데리고 독전(督戰)하기 위해 왔으나 의정부 다리 근처에 나타난 탱크를 쌍안경으로 주시할 뿐 속수무책이었다. 아군이 가진 유일한 대전차 무기는 57mm 대전차포인데 명중해도 T-34형 소련제 전차는 잠시 멈칫할 뿐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 괴물 같은 탱크의 등장은 아군에게 무력감과 공포감을 확산시켰다. 서울을 북쪽에서 차단해주고 있던 임진강과 북한강, 그리고 그 지류에는 많은 다리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대전차전 개념이 없던 아군은 임진교·영중교·만세교·의정부교·창동교 중에서 어느 것 하나 폭파시키지 못해 적 탱크의 기동과 서울 접근을 막지 못한 채 미아리 전선까지 밀리게 된 것이다. 나중에 나는 6·25전쟁 때 탱크를 몰고 내려온 인민군 105전차여단의 김홍 대대장을 만난 적이 있다. 김대대장은 포로로 체포돼 김동석(육사8기)첩보부대장 밑에서 첩보공작 업무를 수행했는데 포로 신분이지만 이른바 당코 바지에 부츠를 신은 탱크부대 장교들은 북한에서도 멋쟁이로 날렸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개전 초기 아군에게 무력감과 공포감을 확산시킨 탱크는 50년 여름 미국에서 바주카포를 공수해옴으로써 운신의 폭이 축소됐다. 이 무반동 로켓포는 유효 사정거리가 짧고 ‘후 폭풍’ 위험과 한 발에 명중시켜야 하는 약점은 있지만 57mm 대전차포에 끄떡도 하지 않던 T-34형 소련제 전차를 묵사발로 만들 만큼 위력적이었다. (이재전 예·육군중장·前 전쟁기념사업회장·현 한자교육진흥회장) 2003.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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