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터치스크린 개발팀 세계 처음 풀터치폰 개발 볼펜 100만번 찍어 테스트
관련 특허만 100여건 풀터치 와치폰도 개발성공
2006년 5월 LG전자 휴대폰연구소의 곽우영 개발실장(현 연구소장·부사장)은 '대외비 프로젝트'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 극비리에 진행 중이던 이탈리아의 명품(名品) 브랜드 프라다와 휴대폰 공동 제작 프로젝트에서 '풀터치스크린' 기술을 채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풀터치스크린폰'은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이었다.곽 소장은 연구원 20여명을 모아 팀을 꾸리고 연말까지 '풀터치폰' 개발을 지시했다. 도기훈 책임연구원은 "세계에서 처음 하는 시도라 참조할 경쟁 제품도 없었고 심지어 측정 장비도 없어서 직접 테스트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개발에 큰 진척이 없자 본사는 연구소 개발팀을 탓하기 시작했다. 제품 출시 일정에 발목을 잡을까 우려해서다. 한 연구원은 "그렇게 욕을 많이 먹으면서 개발한 건 처음"이라며 "서러웠다"고 회상했다.
연구원들은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3개월간 집에 들어간 날이 단 하루인 연구원도 있었다. 유부남인 연구원은 귀가 못 하는 날이 많아지자, 부인이 '바람피운다'고 의심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개발팀은 결국 2007년 1월 풀터치폰 기술을 완성했고, 3월 세계 최초의 풀터치폰 '프라다폰'이 출시됐다. 유럽의 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600~650유로(100만~110만원)라는 초고가로 가격이 책정됐지만, 100만대나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LG전자는 풀터치폰과 함께 '중저가' 이미지를 벗으며 급성장, 2006년 세계 휴대폰 5위(판매대수 6440만대)에서 지난해에는 3위(1억80만대)로 올라섰다.
- ▲ LG전자의 가산 R&D센터 모바일플랫폼(MP)개발실 직원들이 지금까지 직접 만든 풀터치스크린폰을 내려다보고 있다. 호요철 상무(사진 아래쪽 가운데)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허원·신만수·권종훈·손혜란·도기훈·천정화·김인화 연구원./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볼펜으로 휴대폰 화면 100만번 찍어도 문제없어야 통과
"이 얇은 0.38㎜짜리 투명 비닐에 필름 몇 장이 겹쳐져 있는지 아세요?"
지난 14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R&D센터 모바일플랫폼(MP)개발실. LG전자의 터치스크린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호요철 개발실장(상무)은 휴대폰 앞면에 붙이는 부품인 풀터치스크린 필름을 보여주며 물었다. 한 장처럼 보이지만 무려 9장이 겹쳐져 있다는 것.
호 상무는 "터치스크린폰은 화면의 각 지점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압력에 맞춰 위치별 전하의 양을 세밀하게 조절해 신호로 바꿔준다"며 "진짜 기술력은 필름층 사이의 미세한 공기층"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층이 너무 두꺼우면 이용자의 터치감(화면을 눌렀을 때 촉감)이 떨어지고, 너무 얇으면 불량률이 높아진다. LG전자의 터치폰에 대한 자신감은 엄격한 품질 테스트에서 나타난다. 신만수 책임연구원은 "볼펜과 같은 뾰족한 물체로 터치스크린 면을 100만번 찍어서, 기능이 정상이고 흠집도 안 생겨야 출시 테스트를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3분기에 풀터치 와치폰 내놓고 한번 더 진화
LG전자는 또 한번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3분기에 와치폰(손목시계 겸용 휴대폰)에 풀터치 기능을 적용해 선보일 예정이다.
신 책임연구원은 "처음 와치폰에 터치를 적용하겠다고 하니, 협력업체에서조차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다"고 말했다. 화면 크기가 작아질수록 보다 정교한 터치 기술이 필요한데 와치폰은 너무 작다는 것. 와치폰의 화면 크기는 1.43인치로, 휴대폰의 절반 정도다. 도 책임연구원은 "4년간 터치스크린 기술을 쌓으며 LG전자가 보유한 관련 특허만 100여건이 넘는다"며 "이런 기술력 덕분에 와치폰 개발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호 상무는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터치폰들은 터치할 때 손끝에 주는 피드백이 진동이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며 "터치폰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의 위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