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담수화 설비 설계팀
지역별 바닷물 정보 정통 걸프전 때도 현장 지켜 의향서만 오면 설계 시작
증발방식 설비 점유율 1위
지난 2006년 카타르에서 두산중공업이 해수(海水·바닷물) 담수화 설비(증발방식)를 만들면서 보여준 빠른 작업 속도에 현지 정부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통상적인 공사 기간보다 6개월 가까이 앞당긴 것이다. 같은 해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을 앞둔 카타르 정부는 마음이 급했다. 물이 부족한 지역이라 제때 완공되지 않으면 아시안게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카타르 정부는 "두산중공업에 맡기길 잘했다"며 고마워했다.두산의 증발방식 담수화 설비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40%)이며, 지난해 1조원 상당의 수주를 했다. 두산이 담수화 설비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밑바탕은 오랜 현장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설계팀' 덕분이다. 설계팀은 새로운 설계 방법을 개발해 경쟁사보다 공사 속도를 올리고 품질을 개선했다.
◆1년에 평균 3개월 정도 해외 출장
18일 서울 서초동 두산중공업 증발방식 담수화 설비 설계팀 사무실. 팀원 26명 가운데 7명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에서 진행 중인 담수 프로젝트를 위해 출장 중이다. 시공이나 시운전 때 설계 인력이 붙어 있기 때문에 설계팀은 출장이 잦은 편이다. 한 사람당 1년에 평균 3개월 정도는 해외에 나가 있다. 그만큼 현지화가 잘 되어 있다.
두산은 그동안 축적된 자료와 두바이 담수 R&D 센터를 통해 담수 시설이 많이 들어서는 중동의 지역별 바닷물 염분·온도, 강수량 등 상세 정보를 갖추고 있다. 1991년 걸프전이 터졌을 때도 대부분 외국 기업이 중동 지역을 떠났지만, 두산은 모든 중동 현장에서 납기를 지키기 위해 남아서 작업을 했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 ▲ 18일 서울 서초동 두산중공업 사무실에서 증발방식 해수 담수화 설비 설계팀이 도면을 그리며 설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2001년 12월 납품한 아랍에미리트 움알나르 프로젝트(1호기)는 공사를 18개월 만에 마쳐 세계 최단기 신기록을 세웠다. 경쟁 업체들보다 공기(工期)를 반년 이상 앞당긴 것.
중동 지역은 오후 2시 정도가 되면 업무가 끝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을 당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은 착수를 빨리하는 것이었다. "구매의향서가 나오면 곧바로 설계에 들어갑니다. 의향서가 나온 다음 정식 계약을 할 때까지 3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만큼 앞당겨 일을 시작하는 셈이죠. 이제 발주처가 두산을 믿고 미리 착수금을 줍니다."(백영진 상무)
1998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주한 담수 설비를 만들 때 설계팀은 공사 기간을 줄이고 품질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전까지는 담수 설비를 만들 때 2~4개 정도의 모듈(부품 덩어리)로 나눠 제작해 현지로 가져가 조립을 했다. 하지만 두산은 국내에서 완전 조립해 통째로 옮기는 방법을 도입, 공기를 30% 이상 줄였다. 현지에서 모듈을 조립할 경우 작업 환경과 현지 인력의 숙련도가 낮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담수화 설비시장 급팽창
담수 설계팀의 경쟁력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다. 두산중공업은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라잔 담수플랜트 사업으로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중동 지역에서 800만명 이상이 쓸 수 있는 담수 생산 설비를 만들었다. 대형 담수 설비의 경우 설계도면만 7000장 정도 된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반영, 도면마다 크기·용량 등 수십가지의 체크 리스트가 정리돼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0%가 식수난과 농업·산업 용수난을 겪고 있다.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아시아 등 물이 부족해 담수 설비가 필요한 나라는 모두 두산중공업의 고객인 셈. 2015년 담수 설비 시장 규모는 520억달러(약 6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 증발방식 담수화 설비
바닷물을 끓여 증발하는 수증기를 응축해 식수·농업용수 등 사람이 쓸 수 있는 물로 만드는 설비. 담수 설비에는 이밖에도 바닷물에 압력을 가한 다음 막에 통과시켜 담수를 얻는 '역삼투압 방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