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마리나베이호텔팀
선진국 최고 업체들도 손들고 나간 난공불락
6개월 5번 설계바꾸며 기어이 공법 찾아내
지난 3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marina bay) 매립지. 수십대의 대형 선박들로 빼곡히 차 있는 싱가포르해(海)와 마주하는 지상 70m 높이의 호텔 건설 현장에서 쌍용건설 안국진 현장소장의 무전기로부터 "OK"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23층 높이에서 무게 7t의 대형 철제 구조물과 콘크리트를 이용해 두 건물을 하나로 잇는 작업이 성공한 것이다. "너무 극적이지 않아요? 이렇게 높은 곳에서 두 건물이 만나다니…. 이제 큰 고비도 넘겼으니 공사에 속도가 붙을 겁니다."◆최고난도 공사를 2년 안에 끝내야
동남아 최대 건설시장인 싱가포르 건설 시장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현지 정부가 추진하는 최대 프로젝트(마리나베이 샌즈 복합리조트)의 핵심 사업인 이 호텔이 쌍용건설의 기술력으로 나흘에 한층씩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2년 2개월 전, 백휘 당시 해외건축부장(현 공무부장)은 밤잠을 자지 못했다.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입찰이 시작됐지만 세계 건축 역사상 가장 난해한 건축물로 평가받는 이 호텔을 어떻게 지을 수 있을지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복합리조트 조감도.
◆교량에 쓰이는 공법으로 문제 해결
입찰 시작 당시만 하더라도 쌍용건설은 일본·프랑스·홍콩 등 세계 유수의 건설업체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 만큼 쌍용건설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해외 유명 건설사들의 경우 기술력은 이미 최고로 인정받은 만큼 '발주처에 로비만 잘하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하기 쉬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 ▲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을 짓고 있는 쌍용건설 직원들이 힘차게 걷고 있다. 왼쪽부터 김응주 공사팀장, 백휘 공무부장, 김명호 전기설비 담당 이사, 안국진 현장 소장, 이병구 구조팀장, 서정호 지사장./쌍용건설 제공
그리고 6개월 뒤, 이들은 설계를 다섯번이나 변경한 끝에 교량 건설에 주로 쓰이는 공법으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았다. 즉, 경사진 건축물의 벽면 안쪽에 설치한 120㎜ 두께의 특수 케이블을 건물 지하의 옹벽(擁壁)까지 연결한 뒤 위에서 아래로 잡아당겨 건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 건물 경사가 가장 심한 곳에 3개의 대형 지지대를 세우고 건물의 각 층과 지반에는 기울기와 하중을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했다. 이병구 구조팀장은 "이곳은 진흙과 뻘로 이뤄진 매립지여서 예전 공법대로 건물 아래에 수많은 지지대를 설치하다간 그냥 무너져 내린다"며 "작업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 속도도 제대로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명건설사 사업제의 잇달아
무더운 날씨와 시간의 싸움은 마리나베이 팀원들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아침 출근시간인 7시에 기온은 이미 섭씨 30도를 웃돌아 공사 현장을 20~30분만 걸어다녀도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대부분의 직원이 한 달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24시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생활을 10~15년 가까이 하다 보니 말 대신 눈빛만으로 서로 얘기할 정도라고 한다. 김명호 이사는 "아침 7시에 나와 밤 10시까지 주말도 없이 일하기 때문에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건설시장에서 쌍용건설의 위상은 마리나베이 호텔 공사를 맡게 되면서 확연히 달라졌다. 싱가포르 내 부동산개발업체들로부터 1주일에 2~3건씩 입찰 참여 초청을 받는 것은 물론 두바이의 대표적 부동산개발업체 낙힐(Nakheel)을 비롯해 세계 선진 건설업체로부터 대규모 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의가 잇달았다. 안국진 소장은 "올 연말쯤 마리나베이 호텔이 완공되면 우리의 경험과 자신감은 훨씬 더 커져 있을 것"이라며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건축물에 도전하게 될지 벌써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