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닉스 뽀로로 제작팀
유아 대상 애니메이션이 드물다는 사실에 착안…
90여개국에서 전파 타 로열티 수입만 연(年)100억
지난 15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IT캐슬(2차) 타워 18층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 합쳐서 40여평 정도의 사무실 두 곳에서 유아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3'을 제작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뽀로로는 2004년 프랑스 공중파 방송 TF1에서 시청점유율 47%라는 기록을 세운 이후, 세계 90개국에서 방송된 한국산 히트 애니메이션.러닝 타임 5분짜리 애니메이션 한 편은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20명이 달라붙는 고난도 작업이다. 스토리보드→디자인→3D→컬러→애니메이션→합성의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4컷 만화 형태의 스토리보드를 만들면 캐릭터와 배경 화면, 소도구를 쉴새 없이 그려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은 다시 한번 3차원(3D)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1초당 30프레임의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 탄생한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유럽과 남미의 어린이들까지 '뽀로로 시즌3'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외인부대에서 '한솥밥' 먹는 식구로
뽀로로 시리즈가 세계적인 히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작팀의 팀워크 덕분이다. 지금의 뽀로로 제작팀은 처음에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애니메이션 감독, 만화가 등으로 이뤄진 '외인부대'였다. 하지만 작품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됐다. 공통점은 모두 만화와 그림을 좋아하는 70년대 생이라는 점.
연출과 콘티를 맡고 있는 최현명(36) 팀장은 원래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독립영화 감독의 꿈을 키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 대한민국 애니메이션대상 우수상과 국제 애니메이션 축제인 'ANSI페스티벌' 등에서 수상했다. 최상현(35) 팀장은 배경과 소도구, 인물의 질감(質感), 색상 등을 담당한다.
"어떻게 펭귄과 북극곰과 사막 여우가 한마을에 살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런 '논리적' 질문이 필요 없는 것이 동심의 세계"라며 "우리도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어린 시절 아이들의 세상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순정만화 작가이기도 한 김지영(38) PD는 "인턴사원으로 들어왔다가 뽀로로 팀에서 일하는 것이 좋아 이 회사에 남았다"며 "우리는 70년대에 태어나 그 시절 TV에서 방송된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고 자란 때문인지 정서적 공감대가 쉽게 형성됐다"고 했다. 김원정 부장(36·해외사업담당)은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로 현재의 팀이 구성됐다"고 말했다.
- ▲ 전 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에서 무한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아이코닉스의 뽀로로 제작팀. 사진 왼쪽부터 황우준 PD, 최현명 팀장, 김지영 PD, 최상현 팀장, 김원정 부장./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최종일(45) 대표 역시 작품의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다. '뽀로로'라는 캐릭터는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서 애니메이션팀장을 지낸 그는 지난 2001년 독립해 회사를 차렸지만, 직접 손댄 작품들은 모두 실패했다.
2003년 직원 6명을 데리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만든 것이 뽀로로. 최 대표는 "왜 실패했는지를 고민하다가 아직 말을 잘 못하는 유아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드물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며 "당시 7살, 4살이던 우리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뽀로로는 3~5세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문화권의 특성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동시에 이 점은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최 대표는 "처음 제작할 때부터 해외 판매를 염두에 뒀다"며 "지금도 세계 지도를 펴 놓고 '비어 있는' 시장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열린 부가판권 시장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후 캐릭터 상품 등 부가 판권이라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겼다. 아이코닉스가 뽀로로 캐릭터를 이용한 완구·유아용품 업체나 식품업체에서 받는 로열티 수입만 연간 100억원이다. 통상 출고가의 4%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뽀로로 캐릭터를 이용한 제품 매출액은 5000억원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업체 150개 회사에서 500여 종의 상품을 만들고 있고, 해외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계 리조트업체 클럽메드는 발리·푸껫·빈탄 등에서 뽀로로를 이용한 어린이 캠프를 열기도 했다.
☞ 뽀롱뽀롱 뽀로로
아이코닉스와 오콘·SK브로드밴드·EBS가 공동 투자해서 만든 유아용 애니메이션. 아기 펭귄 ‘뽀로로’와 북극곰, 사막 여우 등이 함께 사는 마을의 이야기로 지난 2003년 11월 EBS에서 첫 전파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