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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에 설치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수원=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이 지난 15일 남극 세종기지에 기본 설치를 완료한 농진청 개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에서 작물이 자라는 모습. 사진은 국내 시험 과정을 담은 것으로 남극에서는 다음달 말께 무와 메밀, 보리 등의 신선채소 재배가 가능할 것이라고 농진청은 밝혔다. 2010.1.20 << 지방기사 참고, 농촌진흥청 제공 >>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 |
식량위기ㆍ이상기후 극복 4계절 전천후 농장
日 식물공장 50개 가동중..농진청 "2015년 국내 첫선"
(수원=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혹한이 몰아닥친 2020년 1월의 어느 날.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의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 농산물 운반용 탑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화물칸에 실린 물품은 깔끔하게 다듬어진 채소류다. 생기가 있는 것이 방금 채취한 것처럼 보였다. 운전기사는 배달주문서를 살피고서 주소지인 북촌마을로 차를 몰고 떠났다.
원통형으로 50층 높이까지 치솟아 있는 이 빌딩에는 '○○식물복합타운'이란 간판이 붙어 있다. 서울에만 이런 형태의 빌딩형 식물공장 10여곳이 있다.
식물공장에서는 채소만 키우는 게 아니라 벼나 밀과 같은 곡물도 재배한다. 빌딩 전체가 식물공장이 아니라 공장의 인프라를 활용한 관광, 레저, 교육시설도 배치돼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공학 접목된 첨단농업
아직은 먼 미래 세계를 그린 소설에 등장하는 장면 같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작업이 국내외에서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 학술세미나에 초청연사로 참석한 미국 콜럼비아대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는 미래농업의 대안으로 '수직형 농장(Vertical Farm)'을 역설했다.
식물공장의 아이디어를 1999년 처음 제시한 바 있는 데스포미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30층 규모의 빌딩농장이 5만명의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식물공장은 수십 층짜리 고층 건물을 지어 각 층을 수경재배나 토양재배가 가능한 논밭으로 활용하는 신개념의 사계절 농장이다. 수직형 농장과 빌딩농장 등은 모두 식물공장을 일컫는 표현들이다.
농작물을 제어된 환경을 갖춘 건물 안에서 재배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하면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위기를 극복하고 이상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물을 생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결과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식물의 발아와 생장, 수확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가장 효율성 높은 방법으로 제어해야 한다.
빛의 양과 온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배양액의 성분과 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발생 가능한 모든 병ㆍ해충에 대비해야 한다. 과학과의 접목이다.
그래서 식물공장을 '창조적 아이디어 속에 구현된 첨단 과학기술'이라고 말한다.
식물공장에서는 태양열,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농사에 이용한다. 작물의 생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단계부터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것이다.
태양열 발전, 하수ㆍ중수 정제, 메탄 발전 등의 기술은 외부 지원 없이 전기, 난방열, 농업용수 등 공장 가동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와 자원의 조달을 가능하게 한다.
이 핵심 기술이 갖춰져야 비로소 식물공장을 미래 농업혁명의 주역 자리로 끌어올릴 수 있다.
◇농진청 중심으로 국내 연구 활발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주도적으로 이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진청은 식물공장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기반기술인 배양액 공급, 실내환경 제어, 식물생산 자동화 시스템, 육묘생산 시스템 등에 대한 연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해양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폐쇄형 육묘장치인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남극의 세종기지로 보낸 바 있다.
세종기지 대원들은 이 설비 안에서 가꿔진 신선채소를 언제든지 맛볼 수 있게 됐다. 정부 차원에서 식물공장을 실용화한 첫 케이스인 셈이다.
농진청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싹 채소 공정생산 기술, 빌딩농장용 광원, 원격감시 환경제어 시스템 기술을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 연구개발 예산으로 25억원을 편성했다.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생산자동화기계과장 이영희 박사는 "어린잎 채소, 싹 채소 생산을 위한 공장형 생산시스템이 운영되고 있고 남극기지 식물공장 수준의설비 구현은 가능한 단계"라고 했다.
그는 "식물공장은 공학이 접목된 첨단농업"이라면서 "현재의 연구는 무인감시, 환경제어 자동화 등 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5개년 사업이 마무리되는 이듬해인 2015년이면 국내에서 빌딩형 식물공장이 첫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에는 50개 식물공장 가동중
빌딩형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는 일본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뿐 아니라 건설업체나 종합무역상사, 식품회사 등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미래 전략산업의 하나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까지 50개의 식물공장이 들어서 가동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2년까지 보조금 지원을 통해 식물공장을 1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은 작물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신 기업 이미지 홍보와 함께 체험학습,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한 비영업 분야의 이익 창출에 무게가 실려 있다.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초기 형태의 식물공장 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골조를 철제빔으로, 외벽을 유리로 하고 재배 공정이 상하로 이동하는 타워형 식물공장을 운영 중이다.
바닥면적 1천200㎡에 높이 20m로 소규모인 이 공장에서는 주로 인공 광원을 에너지원으로 상추와 토마토 등을 재배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온실과 육묘상에 고압나트륨등과 LED 조명을 광원으로 활용하는 농법이 시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토론토 도심에 58층짜리 수직농장 '스카이 팜(Sky Farm)'을 구상 중이며, 미국 뉴욕시는 풍력과 태양열 발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30층 높이의 수직농장 건립의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민간기업들도 관심
농진청은 오는 10월까지 수직형 식물공장과 빌딩농장 등 2개의 소규모 모델을 지을 계획이다. 3층 높이의 이 공장에서는 음지에서 잘 자라는 상추와 깻잎 등 잎채소류가 시범적으로 재배된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해 2월 LED융합기술지원센터를 익산에 조성하면서 식물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2011년 완성 예정인 이 공장에서는 상추와 인삼 등을 재배하게 된다. 도 관계자는 "농가소득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농업 모델을 만든다는 구상"이라고 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2년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30층 높이의 빌딩농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건물 안에는 연중 작물 재배가 가능한 농장 외에 연구개발 및 유통.물류시설, 관광체험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경기도 부천시도 5층짜리 아파트 건물을 개조해 식물공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외에 현대산업개발, ㈜LG와 같은 건설업체들도 녹색관광사업의 관점에서 식물공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민간 업체인 ㈜인성테크는 경기도 용인에 식물공장을 조성, 이곳에서 수확한 무공해 신선 엽채류를 백화점 등지에 납품하고 있다.
문제는 도시에 식물공장 빌딩을 짓는 데 들어가는 땅값과 건축비 등 많은 초기 투자비용이다. 경제성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 김유호 박사는 "작물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수익원을 어떻게 다변화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고부가가치의 농작물 재배와 함께 관광.레저.교육 등 시설을 접목하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jeans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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