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6.04 03:04 | 수정 : 2013.06.04 10:08
[지방부채 100兆 시대, 나라 살림까지 흔든다] [3] 미래 재정 축내는 민자사업
관객 적은 '경주 예술의전당', 매년 82억씩 20년간 市가 부담
통행량 예측치 부풀려서 民資로 지은 터널·경전철도… 통행 부족분 세금으로 보전
민자 사업은 지자체들이 당장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도로·철도·학교·하수시설 등을 지을 수 있지만, 완공 후 20~30년에 걸쳐 민간이 쓴 돈을 갚아야 한다. 일종의 '할부 빚'과 같다.
◇관람객 없는 공연장에 매년 82억 빚 갚아
지난 2010년 11월 문을 연 경주 예술의전당은 예산 낭비성 민자 사업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토요일인 지난달 25일 이곳에선 3개 전시·공연 행사가 열렸지만 전체 관람객은 수십 명에 불과했다. 대공연장에선 2주 넘게 행사가 없었다. 산책차 들렀다는 주민 손해영(41)씨는 "시설을 거의 놀려 놓다시피 해 안타깝다"고 했다.
경주 예술의전당은 민간이 짓고 지자체가 임대해 사용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건립됐다. 삼성중공업 등 8개 기업이 723억여원을 들여 지었고 경주시는 20년간 임대료와 운영비 명목으로 매년 82억5000만원씩 총 1848억여원을 갚기로 했다. 올해 경주시 예산(1조920억원) 중 임금·시설비 등 경상 경비를 제외한 가용 예산이 5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부담인 것이다.
이곳은 개관 이후 지난 2년 5개월 동안 총 33억5400만원의 운영 적자를 기록했다. 운영 수입은 15억700만원에 그친 반면 임대료 등 지출은 48억6100만원이었다.
2004년 추진할 때부터 "시장의 '업적 과시용'으로 전시·공연 수요를 과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이미 경주 엑스포문화센터, 서라벌문화회관, 한국수력원자력㈜의 컨벤션센터 등이 문을 열었거나 건설 중이었다. 경주시의회 권영길 부의장은 "사업을 백지화하려 했지만 이미 사업 협약이 체결된 뒤였다"고 했고, 경주시 관계자는 "BTL 사업이 이렇게 큰 부담이 되는지 몰랐다"고 했다.
◇민자 터널은 '돈 먹는 하마'
2002~2005년 민자로 건설된 인천 문학·원적산·만월산 등 3개의 터널은 '돈 먹는 하마'로 불린다. 인천시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으로 터널을 만들 때 통행량이 목표치에 못 미치면 30년간 목표 수입액과 실제 수입액 간 차이의 90%를 메워주기로 했다. 그런데 작년 실제 통행량은 문학터널이 예상치의 62%, 원적산·만월산은 각각 31%와 37%에 그쳤다. 인천시는 그간 3개 터널 운영사에 매년 수백억원씩을 물어줬고, 올해도 200여억원을 줘야 한다.
이들 터널은 건설 당시 주변 교통망과 통행량을 따져볼 때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더구나 문학터널의 통행량 예측이 빗나간 다음에도 다른 터널의 예측치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예측 오류를 더 키웠다.
경기도도 지난 2008년 민자 사업으로 만든 일산대교로 골치를 앓고 있다. 2038년까지 실제 수입이 예상치의 76.6~88%보다 낮으면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했는데, 실제 수입이 예상치의 50~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기도는 2009년 52억4000만원, 2010년 46억2400만원, 2011년 35억9700만원을 운영업체에 지급했다.
◇'달리는 빚덩어리' 민자 경전철
경기 용인과 의정부, 부산·김해 민자 경전철은 '꿈의 교통수단'이라는 이름으로 수천억~1조여원씩을 들여 만들었지만,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작년 7월 개통한 의정부 경전철은 한 칸에 승객이 한두 명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의정부시 측은 하루 승객이 8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승객 수는 예상치의 14~18% 선인 1만여명대에 그치고 있다. 매달 운영 적자가 20억여원에 달한다. 용인 경전철도 하루 이용객이 3만명 안팎으로 예상치(16만명)보다 턱없이 낮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달리는 빚덩어리'가 된 것이다.
- 돈 안든다며 마구 民資사업… 지자체, 年1조 '할부금'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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