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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비자금 관리 'CJ 관재팀'의 잔혹사

화이트보스 2013. 6. 4. 11:32

이재현 비자금 관리 'CJ 관재팀'의 잔혹사

  •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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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6.04 10:01 | 수정 : 2013.06.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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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그룹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의 단초가 된 것은 2007년 벌어진 'CJ 청부살인 의혹사건'이다. 이 사건은 CJ 이재현(53) 회장의 차명 주식과 차명 재산을 관리해오던 그룹 재무 2팀장 이모(44)씨가 사채업자이자 폭력배인 박모(42)씨에게 170억원을 빌려줬다가, 돈을 떼일 것 같아 청부업자를 고용해 그를 살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이씨는 2009년 6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살인교사미수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해 12월 있었던 항소심에서는 판결이 뒤집어져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2012년 4월, 이씨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으로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일부가 공개되면서, 2008~2009년 이재현 회장은 상속·증여세 1700억원을 자진 납부했다. 탈루한 세금이 1700억원이나 됐지만 국세청은 이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당시 국세청장이었던 한상률씨는 지난 5월 22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국세청이 따로 조사하지는 않는다”며 “따라서 국세청이 형사고발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국세청이 CJ를 고발하지 않은 이유를 이번에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1~3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무2팀장 이모씨가 CJ에 입사한 것은 2002년 3월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MBA를 받은 그는 이재현 회장의 눈에 들어, 입사 3년 만인 2005년 비서실 핵심부서인 재무2팀장을 맡게 됐다. 통상적인 자금관리를 담당하는 재무1팀과 달리, 오너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재무2팀은 인원이 3명에 불과한 초소형 조직으로 알려졌다. 이모씨는 2005~2007년까지 3년간 CJ 관재팀을 맡았다.

    판결문에 나타난 이씨의 자금운용 내역은 충격적이다. 이씨는 대전사거리파 두목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2006년 24억원에 인수하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폭력배 박모씨와 손을 잡고 부동산 재개발에 70억원(2006년 7~8월), 영어마을사업에 10억원(20006년 11월), 일명 '마떼기'라 불리는 사설경마업에 50억원(2006년 10월), 룸살롱 사업에 40억원(2007년 1월) 등 합법성이 의심되는 사업을 포함해 총 170억원을 투자했다. 이자는 월 2~3%에 달하는 고리였다.

    이씨는 사업이 유망하다는 박씨의 말을 듣고 150억원을 불법 대출받아 2006년 말~2007년 초 석모도 온천개발 사업 자금으로 건네기도 했다. 부동산 구입은 박씨의 고종사촌인 건축가 곽모씨의 건축사무소 명의로 했다. 또 CJ그룹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씨앤아이레저산업'을 통해 2007년 2월, 인천 옹진군 굴업도에 복합 레저타운 건설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주민반대 등으로 추진되지 못해 현재 중단된 상태다. 이씨는 투자과정에서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국내외 차명자금 내역 등을 박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이씨는 CJ 관재팀의 2대 팀장으로 전임자가 있었다. 이재현 회장의 경복고 동기인 김모씨가 2000년대 초부터 초대 팀장을 맡았다. 김모씨는 2004년 12월 27일 중국총괄부사장으로 발령이 난 뒤,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둘러싸고는 “CJ 내부 인사파일에서조차 검색되지 않는다”며 “행방불명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CJ 내부 소식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5월 29일 주간조선에 "김 부사장이 올초 국내에 들어와 갖고 있던 재산을 정리해 다시 출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J 주식만 116억원어치(2011년 8월 기준)를 갖고 있는 재력가인 김 부사장은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내역 전반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CJ 비자금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역시 그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CJ 관재팀을 이끌고 있는 성모씨(부사장급)는 2대 팀장 이모씨의 후임으로 3대 팀장에 해당한다. 성씨는 제일제당 경리팀 출신으로, 2011년 CJ E&M 출범 때 핵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대 팀장 이씨와 현 팀장 성씨는 자신들이 관리하던 이재현 회장의 개인재산 규모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성씨는 2008년 9월 경찰 조서에서, 관재팀장이 순수하게 관리 운용할 수 있는 이 회장 개인재산 규모에 대해 "금융상품에 가입돼 있는 240억원, 상장주식 115억원, 비상장주식 119억원, 펀드 투자금 63억원 등 합계 537억원 규모"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씨는 2009년 12월 항소심 법정에서 "(내가) 관리하던 자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재현 회장이 차명재산과 관련해 상속 증여세 1700억원을 납부했다는 점과 상통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과 관련해 납부한 세금이 1700억원을 넘은 점을 감안했을 때, 이씨가 관리했던 전체 차명재산은 더 많을 것으로 본다”며 추가 비자금에 대한 의혹을 남겼다.

    CJ 수사 단초가 된 ‘청부살인 의혹’ 사건은?

    이재현 회장 비자금의 단초가 된 청부살인 의혹 사건은 2007년 5월 27일 새벽 발생했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귀가하던 박모(42)씨가 정체 불명의 남성 2명으로부터 스패너로 머리를 얻어맞고 쓰러진 것이다. 박씨는 "1억원 상당의 수표와 수첩 등이 들어있는 손가방을 빼앗겼다"며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이듬해인 2008년 서울지방경찰청 강력팀이 '살인 청부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재수사에 나서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관재팀장 이씨가 갖고 있던 망가진 USB를 압수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복원하진 못했다. 이를 복원한 것은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였다. USB를 복원한 검찰은 예금, 주식, 미술품 등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과 관련한 정보를 파악,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재수사를 지휘해 2008년 12월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청부살인 의혹 사건이 불거진 것은 관재팀장 이씨와 사업파트너였던 폭력배 박씨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였다. 2007년 2월 말, 박씨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이씨는 자금을 회수하고 사업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무리하게 자금회수를 시도할 경우 박씨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재현 회장 비자금 내역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할 가능성을 우려해 조폭에게 3억원을 주기로 하고 박씨 살해 후 손가방을 뺏어오라고 시켰다는 것이 공소 내용이다.

    박씨는 항소심에서 "가방에는 CJ 비자금 관련 자료가 들어있는 USB가 두 개 있었으며, USB에 든 자료는 따로 컴퓨터에 보관돼 있지 않은 자료들"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USB가 없었다"는 다른 사건 관계자들 증언과, 가방을 뺏는다고 해서 채권회수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씨가 가방을 뺏어오라고 했다는 진술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USB에 저장한 이재현 회장에게 보내는 A4용지 10장가량의 편지도 주목을 받았다. 편지에는 “CJ 재무팀이 관리하던 차명주식을 매각해 대금을 세탁하고 서미갤러리를 통해 해외 미술품 1100억원어치를 구매했다” “문제되지 않게 잘 처리했다” 등의 문구와 함께 “회장님은 나라님`1`이셨고, CJ는 저의 조국이었습니다”라는 표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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