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하나 주인 하나 '1인 미용실' 원조 오상윤씨]
10년 前 개업… 지금은 전국 확산, 미술가·변호사·경찰 등 손님 다양
하루 세 명이 본전, 그담부턴 이득… 돈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일 찾아야
더컷은 2005년 서울 홍대 앞에 1인 미용실로 문을 열었다. 같은 해 개업한 '듀엣 by 유다'와 함께 서울 강남·북 1인 미용실 원조로 꼽힌다.
내부는 10평(33㎡). 의자 하나, 거울 하나, 불상(佛像) 하나다. 주인장 오상윤(36)씨가 오래 모은 음반을 틀어놓고 한 번에 한 사람씩 예약제로 잘라준다. 음악·미술 하는 20~30대 손님이 많고 여든 넘은 건물주와 미술학원 다니는 고2도 온다. 기자·공무원·회사원·변호사도 다닌다. "참, 경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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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여성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오상윤씨. 손님은 물론 오씨마저 촬영을 꺼려 설득과 합의가 필요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더컷이 입소문 나면서 홍대 인근에만 1인 미용실이 10곳 가까이 늘어났다. 서울 강남구·송파구, 부산·부천·수원에도 있다.
이들은 큰 미용실과 뭐가 제일 다를까? 큰 가게는 돈 받는 직원, 머리 감기는 직원, 머리 자르는 직원이 다 따로 있다. 여긴 주인장이 혼자 다 한다.
동네 미용실하고도 다르다. "1인 미용실은 주인도 손님도 한 명이에요. 주인 혼자 여러 명 머리해주는 집이 아니라, 애초 한 명씩만 받겠다고 의자 하나 놓고 문 연 집이죠."(디자이너 A씨·36)
나머지는 주인장이 풀어 나가기 나름이다. 1인 미용실은 가게마다 개성이 독특하다. 더컷은 갤러리를 겸한다.
여기도 원래는 미용실만 했다. 그런데 가게랑 동네가 둘 다 유명해지면서 오다가다 스마트폰 들이대는 사람이 자꾸 늘었다. 파마 약 바르고 앉은 혼자 손님이 심히 민망해했다.
주인장 오씨는 10평짜리 가게에서 2평(6.6㎡)을 쪼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유리창 앞에 가벽을 세우고 길 쪽으로 그림을 걸었다. 차차 CD나 신발을 놓고 팝업스토어를 해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전시 예약이 먼저 들어왔다. 올 6월까지 꽉 찼다.
그는 대학 때 미술·미용·패션과 아무 상관없는 ○○학을 전공했다. "어휴, 쑥스러우니까 굳이 쓰지 마세요. 졸업도 안 했어요."
대학 1학년 때 IMF 외환 위기가 왔다. 아버지가 다니던 은행도 감원 바람이 불었다. 아버지는 살아남았지만 고통스러워했다. 오씨는 "남들처럼 산다고 보장되는 것도 없고, 5~10년 뒤 제 모습이 그려지지 않더라"고 했다.
입대할 때 부모에게 "돌아오면 미용사가 되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반대했다. "차라리 음악을 해라. 너 음악 좋아하잖아?" 어머니는 밀어줬다. "하고 싶으면 해봐야지."
그는 병장 제대 뒤 복학하지 않고 압구정동 미용실에 들어갔다. 4년을 세 곳서 일하고 1년 영국 유학을 갔다. 돌아와 지금 가게를 냈다. 지인들 반응은 두 가지였다. "1인 미용실? 그게 뭔데?" "예약제? 그게 될까?"
오씨는 "된다"고 봤다. 대로변 가게에 남들만큼 의자를 놓으면 초기 투자비로만 1억~2억원이 후딱 나간다. 그는 자기 돈 1000만원에 부모 돈 3000만원을 합쳐 4000만원으로 시작했다. 가게가 작은 대신 하루에 3명만 받아도 유지는 되고, 추가로 1명이 파마하면 남는 거라 생각했다. "단순했죠." 근데 그게 통했다.
"첫 달부터 공친 날이 없었어요. 제일 손님이 적은 날은 2명, 커트 예약이 몰린 날은 15명이 왔어요. 부모님이 주신 돈이요? 벌어서 돌려드렸어요." 성공의 핵심은 뭘까. 그는 "주인이 자기(손님)에게만 매달리니 대접받는 느낌이 들고, 그 과정에서 오가는 대화와 소통도 중요한 것 같다" 고 했다. 요금은 동네 미용실보다는 비싸고, 대형 헤어숍보다는 싸다.
오씨도 중간중간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다. 개업 3년 차·6년 차 때 그랬다. 아는 이들이 걱정했다. "네가 쉰이 돼도 젊은 손님이 머리 자르러 너한테 올까? 길게 보면 너도 남처럼 '경영'을 해야지."
오씨는 "돈도 중요하지만 먼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음악 들으면서 자기 머리를 직접 깎았다. 고교 땐 친구들이 "식권 줄 테니 머리 잘라달라"고 했다. "찾고 나면 돌아보지 말고,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죠. 그래야 오래 하거든요." 홈페이지(www.thecu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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