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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합당하는 '안철수 새정치', 백기투항 아닌가

화이트보스 2014. 3. 3. 10:49

민주당과 합당하는 '안철수 새정치', 백기투항 아닌가

입력 : 2014.03.03 03:03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안철수 의원이 2일 신당 창당을 통한 합당(合黨)을 선언했다. 양측은 바로 창당 준비단을 5대5로 구성, 신당 이름으로 6월 4일 지방선거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번 합당으로 야권은 분열을 극복하게 됐고 6월 지방선거는 여야 1대1 대결로 진행되게 됐다.

야권은 선거에서 장애물을 걷어냈지만 2011년 가을 이후 우리 정치에 영향을 미쳐온 '안철수 현상'과 안 의원이 해온 말과 약속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에겐 이번 결정에 의아한 점이 적지 않다. 작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에 뛰어든 안 의원은 줄곧 '기득권 정치 타파'를 앞세워왔다. 기존 양당제가 증오와 분노를 키우고 민생(民生) 정치를 외면한다면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참여하는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1월 21일 제주에서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함께 묶어 '기득권 세력'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더 비판해왔다. 작년 말에는 광주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고, 합당 선언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8일에도 광주를 찾아 "광주의 뜨거운 열기로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했다. 안 신당 창당을 총괄해온 윤여준 전 장관도 지난 26일 "피투성이가 되어 (구정치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 측은 민주당과 선거 연대할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17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낼 것이라고도 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2월 7일 "정치공학적 연대(連帶)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연대를 넘어 아예 합당을 결정한 것이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통합 발표문에서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定礎)하기 위해" 합당키로 했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 불(不)공천 공약을 번복한 새누리당을 겨냥한 것이다. 공약 번복은 강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기초단체 공천 문제 하나와 안 의원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새 정치' 전체를 맞바꾼다는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사람도 모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기득권이라고 비난했던 쪽이 내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를 노려보겠다고 방향을 바꾼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구(舊)정치에 대한 새 정치의 백기 투항'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안 의원 측이 신당을 창당하려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랬다 해도 이렇게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발길을 바꾸는 것은 낡은 정치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정치를 추구하던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불과 4개월 전 여러 세력이 모여 창당된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야권은 그동안 선거가 끝나면 분열했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신당을 급조해 합치는 이합집산을 거듭해왔다. 2000년 이후만 쳐도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 등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당을 바꿨다. 이번에도 선거 3개월 전에 또 신당을 만들게 된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합당을 선언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덧 안 의원 입에서 나오는 '약속'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이 정당이 선거용 급조 정당인지 여부가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